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지원이에게서 전화가 왔어.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은 상태였지. (부끄럽지만…) 놀라 받은 전화로 들은 지원이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어.
지원이가 있는 팀의 리더가 맥사 출신이라는건 저번 희수도 함께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일꺼야. 지원이가 말해준 어제 있었던 에피소드는 그 리더에게 맥사 지금 회장, 전 회장, 전 전 회장이 모두 전화를 했다는거지. 내용은 RA를 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고 하더라고.
결국 RA 구직난이 너무 심해서 지금까지도 선배들을 통해 RA자리를 물어보고 다니는 상황인가봐. 나름 서울대 경영대 생들이고(맥사 회장들은 전부 경영대 생들이었어) 서울대에서 유일한 컨설팅 표방 동아리인데 이정도라니.
여기에 지원이랑 같이 RA를 하던 동료가 어제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라구. 3개월 계약이었는데 3주만 하고 회사로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거지. 일을 그렇게 못하는 편도 아니었다고 하던데.
지원이 말로는 요즘 프로젝트가 없는 것이 첫 번째 이유, 두 번째는 여기에 MBA 인턴들까지 방학기간 합류되는 바람에 더더욱 자리가 없다고 하더라구.
지원이가 전화를 한 이유는 상황이 이렇다는걸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데.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거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더라구.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역할까지. 지원이 참 좋은 아이인거 같아.
그렇게 지원이랑 통화를 하고 난 이후 바로 10분 뒤에 ADL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어. 어제 경영대 게시판에 ADL에서 RA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바로 레쥬메를 보낸 이유 때문이야.
갑자기 오늘 오후 6시에 인터뷰를 하자고 하네. 장소는 충무로 극동빌딩 1층 할리스. 이번에도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 저번 베인 인터뷰 볼 때는 한 20분 봤나? 물도 한 잔 안 주더군. ㅜ ㅜ
급하게 ADL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리서치를 해보니 특이한 이력이더라구. 세계 최초 컨설팅 회사래. 유럽에서 시작된거 같아. 한국에는 1960년대부터 국가 정책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들어왔고 본격적인 시작은 1994년 서울 오피스를 내면서 부터라고 하네. 최근 에센츄어에서 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을 담당했던 사람을 영입해 과감한 투자와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 같아.
국가 정책이나 정부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했고 국내 모든 컨설팅 회사가 그렇게 하듯 텔레콤 쪽도 다수 진행한 경험이 있는 것 같아. 여기에 에센츄어 출신이 왔기 때문인지 금융 분야를 대대적으로 발전시키려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이 부분에 관련된 프로젝트라면 다소 유리할텐데 말이야.
동생이랑 약속한 일본 여행이 조금 걸리는데. 분명 공고 내용을 보면 7월 11일까지 원서 접수라고 되어있었거든. 인턴 기간은 8월 말까지. 지원서 넣으면서 일본 여행 다녀온 뒤에 인터뷰를 보고 만약 하게 된다면 짧게 한 뒤에 바로 메이져 교체 수요를 노려야겠다라고 생각했었어. 인터뷰를 보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내용이지만 만약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하면 일본 여행을 취소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글은 순전 나에 관련된 내용만 적고 있네. 미안 지금 머리 속에 그런 내용 뿐이라서. ^^
인터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은 우선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 확실한 일정을 확정해서 가야한다는 거야. 우선 일본 여행은 없는걸로 생각하고 바로 가능하다고 할지, 아니면 다음 주는 계획이 있으니 7월 셋 째주 부터 가능하다고 해야 할지.
저번 인터뷰를 보면서 느낀건데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가를 많이 물어보더라구. 그 때 대답을 하면서 다소 구체적이지 않아 좋지 못한 반응을 받은터라 레쥬메를 다시 읽어보면서 저번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어.
역시 마지막은 케이스 인터뷰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잘 생각해야한다는 것. 저번 베인에서 인터뷰를 볼 때 아무 말도 못하고 바보처럼 1분 이상 침묵했었어. 그것이 가장 최악의 행동임을 알면서도 이런저런 헛소리만 늘어놓을 수는 없을만큼 막다른 위기에 봉착했었으니까. 이번에는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차라리 어떤 힌트 같은거라도 없느냐는 식으로 계속 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 같아. 결국 모든 것을 혼자 머릿속으로 해답을 찾으려고 했으니까 매번 인터뷰마다 문제가 발생했던건 아닐까 생각해. 대화를 통해서 함께 고민하고 fit을 맞춰간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인데 말이야.
3가지만 잘 준비하고 갈 생각이야. 목숨을 걸어야겠다 싶은 회사가 아니거든. 그렇다고 대강할 입장도 아니지만 너무 많이 생각하고 긴장하면 오히려 실력 발휘가 안 되니까. 실력이 없다면 꾸미기라도 해야겠지만 결국 필드에 나가있는 베테랑들에게 그런척 꾸미기는 통하지 않더라구. 실력이 없는 것이라면 실력을 키우든 아니면 다른 더 잘할 수 있는 곳을 찾든 행동해야겠지.
휴…아침부터 갑작스런 인터뷰 일정 때문에 정신이 없나봐 자기에게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 중이랄까? 고민이 시작되서 생각이 꼬이기 시작하면 무작정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버릇 때문인가봐 항상 이렇게 긴 글이 나와버리고 말아.
한국에 희수가 없다는 것. 지금 살짝 긴장되고 잘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금 희수가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면서 “잘 하고 와요”라는 말 한 마디 해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집중, 최선, 후회 없기. 잘 하고 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