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9, 2008

내일을 위해 사과나무가 아닌 야자수를 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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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중국어 수업을, 오후에는 라마교 사원을, 저녁에는 서커스를. 그리고 지금은 술자리를 하고 숙소에서 백알을 마시며 생일 파티를 하는 희수에게 ^^

 

정말 다이나믹한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희수. 중국 간다고 말했을 때 희수에게 들은 이야기로 추측한 그 이상이야. 그리고 지금 그 시간을 보내는 희수가 너무나 부러워.

 

징징짜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회사라는 곳 무서운 곳이야. 아침 9시까지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출근하고 남들 일하는 시간에 1.5배, 아니 그 이상 일해야 해. 그리고 남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저녁을 먹고 남들이 잠드는 시간에 퇴근해.

 

전에도 느낀 거지만. 이런 생활 어떻게 견딜까? 비결은 간단해. 그냥 적응해버리는거야.

 

겨우 3일인데 출근해서 점심 먹는 시간, 저녁 먹는 시간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돌아와. 정신을 차려보면 저녁 10시,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어버리지. 오늘은 12시가 다 되어서 끝났어. 아마 내일부터는 거의 12시가 다 된 시간에 끝날꺼 같아.

 

나름대로 오가는 길에 음악을 들으며 남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책을 보거나 터치로 뉴스를 볼 수도 있지만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봐야 하는 눈을 생각해서 이동하는 동안에는 조용히 감아주고 있지.

 

오늘 신입 인턴이 4명이나 들어왔어. 연대랑 고대, 포항공대 사람들이었어. 남자 3명에 여자 1명인데 남자들은 전부 나랑 동갑이야.

 

2명은 금방 친해질 것 같은데 2명은 다소 폐쇄적인 느낌이네. 그래도 잘 지내야지. 누구나 흡수해버리는 능력을 가져야 이곳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거든. 살인적인 스케줄, 팍팍한 삶을 이겨내는 nice함. 그것이 컨설턴트의 기본 자질이지.

 

lonelyleague  요즘 살짝 외로웠어. 왜 사람은 고민이 생기면 자기 내면으로 빠져들잖아. 그러다 보면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어도 문을 닫아버리고 외롭다 느껴버리지.

 

그리고 꼭 한 사람에게만 의지하려고 하는 본능적 방어가 일어나

 

그 대상이 희수였어.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져버린 희수에 대한 갈망.

 

못난 남자친구 모습 그만 보이려구. 그렇게 힘들지 않는데 자기가 신경써주고 받아주는 것들이 너무 좋아서 오버했나봐 지금까지. 어제 자기가 오빠 때문에 좀 힘들어하는 느낌을 받고 생각을 고치니까 힘들지 않게 느껴지더라구. 자기 연민, 그것에서 빠져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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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는 참 애교가 없는 사람이야. 그것이 매력이지. 헤픈 감정 표현이 아니기에 희수가 가끔 오빠에게 전해주는 애정의 시그널은 몇번이고 감동하게 만드는 강한 힘을 가졌으니까.

 

그런 희수가 애교를 넘치게 부릴 때가 있어. 술에 취했을 때. 물론 희수는 몸을 가눌 수 없을만큼 술에 취하면 실수하기 전에 집으로 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아. 그래서 술자리에 있는 것이 그렇게 불안하거나 미덥지 못한다 생각하지 않지.

 

그치만 정말 희수가 알콜이 있으면 너무 밝아지고 활기찬 모습인데 그렇지 않은 순간에는 피곤해하고 말도 많이 하지 않고 자고 싶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는 것. 정말 알콜 중독 유전자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준단 말이지.

 

방금 희수에게 온 문자에서 “오빠 나 정말 알콜중독인가봐요.”라는 말이 적혀있어. 휴…그것 때문에 얼마나 걱정하는데 농담으로 말하다니. 오빠랑 사귀면 알콜 없이도 항상 활기차고 기쁘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오빠 때문에 술을 더 마시고 있는 것 같아서 참…씁쓸.

 

그래도 자기가 취해서인지 한국 오면 백알보다 더 진한 술 마시자는 약속에 흔쾌히 ok를 보내네. 후…여자친구 취한 틈을 타서 이런 약속이나 받아내다니. 하지만 오빠도 요즘 몹시 술이 마시고 싶을 때가 많은걸.

 

특히 희수와 함께 마시는 술이 너무나 그리워. 우리 사귀고 나서 다른 애들에게 비밀로 지낼 때 술을 많이도 마신거 같은데. 둘이 데이트할 장소를 늦은 시간 찾겠다는 핑계로 바에 많이 갔었고 그 때마다 술을 마셨으니까.

 

희수가 중국에 간 사이에 회사 생활 시작했으니 자기가 돌아와도 그런 시간 자주 갖기는 힘들겠지? 벌써 추억이 되어가는건가? 그런 바에서의 술자리도. ^^ 기회만 되면 자기와 분위기 좋은 멋진 바에 자주 가고 싶다.

 

이제 자야겠어. 아직 자기는 술자리인가봐 늦었는데. 걱정이 되지만 빨리 들어가 자라는 독촉의 문자는 보내고 싶지 않아. 사랑은 믿음이고 믿음이 있다면 구속이란 없는거니까. 희수가 충분히 자기 제어 하고 있고, 이 시간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니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믿어. 희수를.

 

믿는다고 걱정까지 사라지는건 아니니까. 아마 자기가 방에 들어와서 씻고 잔다는 말을 해야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눈은 아프고 몸은 피곤에 쓰러질 것 같지만 자기를 기다리는 기분 나쁘지만은 않는걸.

 

못된 생각도 가끔 해봐. 희수가 술에 취해서 오빠에게 하는 것처럼 평소에도 그렇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꼭 알콜 기운에 기분이 업된 상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오빠에게 더 많은 사랑스러운 모습과 애교 넘치는 면도 가끔은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 말이야.

 

지금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희수만의 애교가 많지만. 가끔은 너무유치한듯한 그런 연애도 탐나긴 하거든^^

 

제목에 쓴 야자수를 심겠다는 말은 오늘 저녁을 먹을 때 부사장님이 하신 말이야. 오늘 같이 더운 날이면 이제 사과나무가 아닌 야자수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시더군.

 

맞는 말이야. 한국이라는 나라의 도로 주변에 야자수가 잔뜩 심어져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작열하는 태양. 낯설면서도 뭔가 서글픈 그런 분위기.

 

야자수와 나의 미래. 어떤 것이 더 비 현실적이고 이질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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